오늘은 이 청소기,
내가 범블비라고 부르는 다이슨 DC29에 대해서 한 번 얘기해볼까 싶다.
우여곡절끝에 내 친구가 된 범블비.
집에 들어온 지 대략 3주, 그동안 거의 매일 청소를 했으니
범블비에 대한 느낌을 한 번 적어볼까 한다.
우선, 내가 청소기를 고른 기준은 간단하다.
흡입력이 좋아야 하고 (특히 카펫)
먼지 냄새가 나지 않을 것.
이 두 가지만 보고 고른 결과,
몇 모델이 물망에 올랐지만, 결국 다이슨으로 결정했다.
먼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
먼지 봉투가 없어서 계속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먼지 봉투가 없어서 흡입력을 계속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것
이 세 가지가 아주 컸다.
다른 청소기들은 HEPA 필터를 쓴다 하더라도
종이 봉투가 꽉 차면 먼지 냄새가 나거나 흡입력이 떨어진다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고,
먼지 봉투를 갈아야 하면, 혹시 내가 없을 때
우리 연이가 봉투를 사러 다녀야 한다는 것과
혹시 먼지 봉투를 갈다가 먼지를 마시지 않을까 하는 점이 걸렸기 때문에.
범블비를 계속 써본 결과 느낀 점들은 이렇다.
우선 단점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먼지 봉투를 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DC29의 경우에는 그리 장점이 아니다.
본체/먼지통의 설계 자체가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는지,
한 손으로 들고 갈 수가 없고, 반드시 두 손을 사용해서 양쪽 방향으로 분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쓰레기통이나 봉투쪽을 향하고 한 번에 비울 수가 없다.
사진을 보자.
빨간 색의 동그라미 부분을 눌러야 먼지통이 분리되는데,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 손으로는 분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드시 한 손으로는 위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아래 손잡이를 누르면서 먼지통 자체를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분리해야 한다.

그럼 쓰레기통/봉투를 가운데 놓고 이렇게 가로로 분리하면?
안 된다.
우선 사진에 보이는 이 부분이 지금은 깨끗하지만
청소하고 나면 먼지가 구멍에 끼고 붙어서
잘못 분리하면 먼지가 날리게 된다.
그럼 청소할 때 미세먼지를 먹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제대로 먼지를 들이키게 된다.

게다가 먼지통 자체에 구멍이 있어서
가로로 놓게 되면 먼지가 이쪽으로도 새게 된다.

결국 세로로 세워서 이렇게 분리한 다음
먼지를 버려야 하는데 이 과정이 문제다.
투명한 통이야 잠시 세워놓을 수 있다지만
위/안쪽의 부분은 세우기도 힘들고,
세워놓거나 눕혀놓으면 먼지가 떨어지는 구조다.

그리고 먼지통을 청소기에서 분리할 때도 조심해서 해야 한다.

버튼을 누르고 위로 올려서 분해하게 되는데

바로 아까 본 이 부분에서 먼지가 떨어질 수 있다.
먼지가 많이 안 찬 상태, 즉 자주 비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잘 보이지 않겠지만, 먼지가 이렇게 아래쪽에 끼게 되기 때문에
너무 쌓이지 않은 정도에서 자주 비워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되면 대용량 먼지통이라고 자랑하는 DC29의 장점이 하나 줄게 된다.

“매일 보아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일지라도
편리한 사용을 요구해 한층 더 개량을 거듭하는” 사람이
“5년 동안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끝에” 만든 청소기 치고는
생각이 너무 짧았다.
먼지를 한 번만 버려봤어도 얼마나 불편한 점인지 알았을텐데.
특히나, 먼지를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장점인 청소기에서
먼지를 버릴 때마다 먼지를 마셔야 한다는 점은 얼마나 앞뒤가 안 맞는 말인지.
아마 5,127개를 만드는 동안, 청소는 본인이 하고,
먼지 버리는 건 조수를 시켜서 하다 보니 몰랐나보다.
이래서 난 명품이라는 단어를 아무 데나 붙이는 게 싫다고!
새로 나온 DC26은 먼지통 구조가 바뀌어서 한 손으로 들고
버튼을 누르면 아래가 열리면서 먼지가 빠진다는데,
일단 시드니에는 DC26이 없다.
그리고, 이런 경우도 먼지가 떨어지면서 날릴 수 있을 텐데 싶다.
이 부분은 먼지 안 먹어도 되는 청소기의 최악의 단점이지만,
내가 먼지통을 비워주면 우리 연이한테는 지장이 없을 테니
그냥 그렇게 사용해야겠다.
그 외 단점이라면 보관이 불편하다.
작은 편이 아닌 청소기가 접히거나 하지도 않아서
보관시 상당히 큰 공간이 필요하다.
나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닌 맥북과의 크기 비교다.
13″ 화면을 가진 랩탑과 비교했을 때
아래 면의 넓이와 세로 높이를 잘 보면
엄청나게 큰 공간이 필요한 것을 알 수 있다.
집에 다행히도 내 키보다 큰 벽장이 있어서
호스를 세운 채로 쏙 들어가긴 했지만.
역시 비싼 청소기는 자리 걱정 없는 사람이 써야 하나보다.

참, 어떤 리뷰들을 보니까
모양이 멋져서 밖에다 놔도 괜찮다는데,
그건 이 청소기를 잠시 써 본 사람들이거나
다이슨에서 돈 준 사람들이다.
물론 모양은 특이하다.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범블비를 밖에다 놓고
보면서 쓱 웃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다이슨의 장점 중의 하나가,
청소한 먼지를 볼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청소기를 밖에다 놓으면
눈이 마주칠 때마다 먼지를 보라는 얘기도 아닐테고.
그렇다고 매일 먼지를 버리고 청소통을 씻으라는 얘기도 아닐텐데.
먼지를 보면서 얼마나 집안이 깨끗해졌는지 뿌듯해하라는 사람이 만약 있다면,
(세상에는 별별 신기한 사람들이 있으니)
화장실 물 내리지 말고 살라고 하고 싶다.
위와 장 안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늘 뿌듯해하면서 살라고.
단점을 시작했으니 끝내고 장점으로 가보자.
소리가 크다. 특히나 카펫용 Turbine Head를 달면 더욱.
소리는 이 글의 맨 아래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될 거다.
카펫에서, 대리석 바닥에서, 화장실에서 문 열고, 화장실에서 문 닫고
이 네 가지의 경우를 비교해봤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부분들이 나름 튼튼하긴 하지만,
사출 기술이 좋지 않고, 먼지가 아주 잘 묻는다.
이 정도 가격이면 모든 부속 및 공정을 최고급으로 해서
애플처럼 매끈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텐데 아쉽다.
뭐, 청소기를 몇 천개 버리면서 만들었다니 빨리 부자되고 싶겠지.
단점은 이 정도다.
먼지통 설계가 잘못되어 먼지 버릴 때 아주 불편하다는 점
청소기 설계가 잘못되어 보관이 힘들다는 점
소리가 아주 크다는 점
플라스틱부분에 먼지가 잘 묻고,
자세히 보면 얼룩이나 금간 것처럼 보인다는 것 정도.
단점을 극복하는 점은 아주 간단하다.
청소 및 청소기 관리를 다른 사람 – 남편 – 에게 시키면 된다.
단점이 해결되었으니 장점을 보자.
누가 뭐래도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창문 열지 않고 청소해도 될 정도다.
흡입력도 계속 일정하다.
먼지통을 꽉 채워보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까지 해봐도
흡입력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줄진 않는다.
그리고 흡입력도 좋다.
이 정도 가격의 다른 청소기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떨어지지 않는다.
(밀레 최상위 모델이나 오렉 등)
마지막으로, 먼지통이 투명하다.
이건 청소기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면 단점이겠지만,
청소통을 자주 비워주거나,
청소할 때 이외에는 청소기를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둔다는 전제 하에,
큰 장점이랄 수 있겠다.
집안이 깨끗해졌다는 정신적인 만족감 외에도
언제 통을 비워줘야 할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이 있다.
그럼.. 범블비는..?
오래오래 쓸 거다.
먼지통 불편하고 소리 큰 거는 내가 청소하면 되니까.
먼지 냄새가 안 나고 청소만 잘 되면, 우리 연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겠지.
게다가 가격도 엄청난 만큼 평생 써야지.
범블비, 내가 좀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청소 잘 해주는 건 늘 고마워한다구.
우리 오래오래 잘 지내보자구.
아래는 유튜브 동영상이다.
카펫에서 청소할 때
대리석 바닥을 청소할 때
밀폐된 공간 (화장실) 청소할 때 (문 활짝 연 상태)
밀폐된 공간 (화장실) 청소할 때 (문 반쯤 닫은 상태)
보너스 동영상이다.
청소하는 중
먼지통 안의 공기가 돌아가고 있는 걸 살짝 볼 수가 있다.
큰 먼지는 돌지 않고 아래에 쌓여서 나중에 먼지통 비울 때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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