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녀석, 다이슨 (Dyson) 청소기 DC 29이다.
우리 연이는 먼지에 민감해서 먼지 상태를 몸으로 안다.
마치 내가 습도에 민감해서 공기 중 습도를 몸으로 느끼고 비 올지 안 올지를 거의 정확하게 맞추는 것처럼.
지금 사는 곳은 바닥이 거의 카펫이라서 (입구/문 쪽은 돌 바닥) 먼지가 많이 쌓이는데,
원래 있던 진공 청소기가 너무 흡입력이 약해서, 내가 봐도 청소가 잘 안 된다.
종이 필터를 쓰는 모델인데 안 그래도 약한 흡입력이 점점 떨어져서 이젠 갑갑하다.
필터만 바꾸고 쓰고 하다가, 요즘은 겨울이라 창문도 많이 못 열고 하니,
연이 목이 불편한 것이 내 마음에 너무 걸렸다.
청소기에 대해서 연이 몰래 찾아보길 한두 달,
한국에서 가져올까하는 생각까지 해보다가,
운송비 보태서 여기서 좋은 걸 사자는 생각에,
결국은 다이슨을 질러버렸다.
파는 사람이야 비싸고 마진 많이 남는 걸 좋다고 하는 건 당연하겠고,
인터넷에서도 나름 평이 좋은 듯 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샀다.
호주 시드니에서 깎아준다는 점을 광고하는 Bing Lee라는 전자제품 파는 곳에 가서
깎다가 더 이상 안 된다 그러면 잠시 또 생각하는 척 하면서,
너네도 연말인데 재고 떨어야 할 것 아니냐 (호주는 6월 말이 회계상 연말) 하고 조금 더 깎고,
그리고는 사라 그러면 또 생각하는 척 하다가,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해서 월남 사람이라길래,
월남 말 몇 마디 하고 깎아달라고 하고,
카펫용 브러쉬까지 같이 살거라고 하면서 가격 또 깎고,
그리고는 이제는 사라 그러길래 또 생각하는 척 하다가,
이거 모델명이 DC 29이니까 29%는 깎아줘야 할 것 아니냐고 해서
완전히 입 벌리고 있는 사람한테 직격타로 더 깎고,
거기에서 또 깎다가 마지막 10불까지고 안 판다까지 가길래,
나 이거 내가 원하는 가격에 못 가져가면 와이프한테 쫓겨난다고,
어차피 지금 나한테 안 깎아주면, 내일 포장도 안 뜯은 채로 와이프가 다시 올 거라고,
너 동양 여자들이 얼마나 독한지 모르냐고 해서, 결국 33% 깎아서 원하는 가격에서 아주 근접하게 샀다.
그래도 비싸지만, 연이 목이 좀 덜 아플 수 있다면 내가 다른 걸 좀 아끼면 된다.
실업자치고는 조금 무리했지만, 어차피 오래 쓸 건데 싶어서 모아놨던 돈을 털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무역회사 6년만에 원가 계산해서 청소기를 33% 깎아서 샀다.
와이프때문에 사는 거라고, 이거 쓰고 절대 목 안 아파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를 하던 내가 좋아보였는지,
차 어디 있냐고 했는데, 버스 타고 갈거라고 했더니, 알아서 상자에 테이프를 둘둘 붙여 손잡이를 만들어줬다.
내가 버스 타고 가는데 버스 비는 안 깎아주냐고 농담했더니,
이제는 내가 와이프한테 쫓겨나는게 아니라, 보스한테 자기가 쫓겨난다고 웃으면서 보내주더라.
이게 카펫 있는 곳의 필수품인 터바인 헤드 (Turbine Head)다.

딱 범블비 (Bumble Bee) 처럼 생겼다. 트랜스포머 (Transformers)의 범블비든,
아니면 진짜 범블비든.

터바인 헤드는 회사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르지만,
먼지 흡입구에 전동으로 돌아가는 솔이 있어서 카펫을 더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카펫 생활이 기본인 미국에 살다보니 알게 된 유용한 정보다.

연결한 모습. 자 변신하라구!
어? 자동으로 청소하는 거 아냐?
청소기 가격과 모습을 볼 때 네가 변신해서 청소 다 해주는 줄 알았는데..

헉! 이게 원래의 진공 청소기로 청소를 한 후, 다시 한 결과다.

처음 쓰고 나서의 생각은,
솔직히, 가격이 너무 비싸고 (그렇게 깎았음에도), 불편한 점도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카펫에서는 나름 청소를 괜찮게 하는 듯 하다.
조금 더 쓰다보면 장단점이 더 확실하게 드러나겠지.
“청소기의 명품” 이라고 광고하던데,
성능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명품” 정도까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은 워낙 아무거나 비싸면 다 명품이라고 하니까.
그런 의미인가?
워낙 제조업 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명품”이라면 정말 독보적인, 대를 물려주고 싶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뼈에 박혀서 그런가보다.
그래도 첫 날인데, 기는 살려줘야겠다:
이제 고장 없이 오래오래 같이 하자구, 범블비. 우리 연이를 안팎의 먼지들로부터 지켜줘야지!
곧 연이 데리러 갈 건데.. 방이 깨끗해졌다고 하려나..?



